멍하면 멍, 황인찬




멍하면 멍 짖어요


내가 좋아하는 나의 작은 새가요



잘못했어요 내가 다 잘못했어요



시에는 개나 새가 나오고 무슨 개고 무슨 새인지는 알기가 어렵고


그거는 누구 잘못인지 모르지만 다 잘못했어요



풍경이 풍경을 반성하고


곰팡이 곰팡을 반성하고



그렇게 모두가 다 잘못했어요



그러면 멍 짖어요


내가 좋아하는 나의 작은 새가요



시에서는 누가 죽고 누가 울고 모두 다 잘못했어요



내가 잘못했어요 잘할 수도 있는데


안 그랬어요



반성하는 의미에서 멍 짖어요


내가 좋아하는 작은 새가요



새가 시라는 은유는 몰라요 시가 개라는 은유는 몰라요


누군가 시를 쓴다면 그건 그냥 시예요



누군가 새를 썼더니 새는 날고 울다 천 리를 날아


시가 되어 앉았다는 고사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지만



멍하면 멍 짖어요


내가 좋아하는 나의 작은 새처럼요



잘할 수도 있지만 잘못하기로 했어요


그냥 멍 짖어요



내가 좋아하는 나의 작은 새가요



자꾸 멍하면 좋아요 아주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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