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poem)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진은영

잉여규 2018. 2. 26. 10:40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진은영




봄, 놀라서 뒷걸을치다


맨발로 푸른 뱀의 머리를 밟다



슬픔


물에 불은 나무토막, 그 위로 또 비가 내린다



자본주의


형형색색의 어둠 혹은


바다 밑으로 뚫린 백만 킬로의 컴컴한 터널


- 여길 어떻게 혼자 걸어서 지나가?



문학


길을 잃고 흉가에서 잠들 때


멀리서 백열전구처럼 반짝이는 개구리 울음



시인의 독백


"어둠 속에 이 소리마저 없다면"


부러진 피리로 벽을 탕탕 치면서



혁명


눈 감을 때만 보이는 별들의 회오리


가로등 밑에서는 투명하게 보이는 잎맥의 길



시, 일부러 뜯어본 주소 불명의 아름다운 편지


너는 그 곳에 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