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물리학과 대학원 2019년 가을학기 면접 후기
후기를 시작하기 전에 카이스트 물리학과 대학원 지원 동기와 그와 관련한 얘기를 좀 해두고 싶다. 면접 문제가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에 있는 글을 먼저 참조하면 좋겠다.
어렸을 적 수학이나 철학에 관심이 많았다. 그렇다고 그 분야에 대해 깊게 공부해보진 못했다. 당시에는 어떻게 해야할지도 몰랐고 능력도 많이 부족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내 주변 친구들, 초등학교 중학교 친구들이 이런 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그런 친구들 덕분에 근본적인 질문들에 대해서 얘기 나누고 고민하는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수학은 발견인가 발명인가?, 운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나?, 신은 존재하는가? 와 같은 조금 오글거리만 하지만,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볼 법한 문제들이었다. 당시에는 서투른 토론 실력 때문에 논의를 크게 발전시키진 못했지만, 그런 부족함 속에서도 친구들과 얘기나누는 것 자체가 즐거웠다. 신나게 떠들고 나면 모두 머리가 뜨거워진 체로 새벽을 맞이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경시대회나 올림피아드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는 그런 학생은 아니었다. 그리고 딱히 내가 무엇인가 해보겠다라는 의지는 크지 않았다. 보통 학생들이 그러하듯 일반 고등학교로 진학했다. 그 당시 수학과 과학을 잘했지만 고3이 되자 신경줄이 짧았던지 스트레스로 인해 여러 힘든 점이 많았다. 그 때문에 성적도 떨어졌다. 그나마 잘했던 수학도 다른 과목과 비슷해졌다. 웃기게도 고등학교 입학 당시 성적이 언수외탐이 5/1/5/1 등급을 받았다. 이 성적이 고2때까지 유지가 되었는데, 수능날에 모든 과목이 3등급 선으로 맞춰져 있었다. 어떻게 보면 떨어진 것이 아닌 모두가 평균이 되버린 것이라 생각해도 된다. 고등학생 때는 카이스트를 가고 싶었지만 이런 성적으로는 한참 모자랐다. 그러고 나서 바라본 것이 성균관대였다. 이 곳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담임 선생님의 추천에 따라 지원 가능한 학교로 갔다. 원래 바랬던 곳들보다는 차이가 있던 학교들이라 별 기대가 없었다. 3군데를 지원해서 모두 예비로 붙었다. 운이 좋았다. 그렇게 붙고 나서 네이버 지도로 거리를 재보았다. 합격한 학교들 중에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학과에 경우에는 당시에 여전히 수학을 좋아했지만 먹고 살 것을 생각하면 물리가 나아 보였다. 그리고 지금와서 어렴풋이 떠오르는 것이 이 있는데, 단순한 추상적인 세계(수학)에 대한 논의보다는 구체적인 현상(물리)을 더 선호하긴 했었나보다.
물론 지금 다니고 있는 학교가 나쁜 학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기에 와서 느낀 것이지만, 정말 좋은 교수님과 친구들을 만났고 그들에게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렇게 현 대학으로 진학했고 군대를 다녀와 복학을 하고 2~3학년 쯤에 대학원에 대한 뜻이 생겼다. 이유는 단순했다. 연구라는 것을 해보고 싶다라는 것이었다. 어쩌면 이 길은 어렸을 때 친구들과 토론할 때부터 정해져 있었는지도 모른다. 교과서에 등장하는 과학자들, 그런 영웅적인 이름들에 끼긴 힘들겠지만, 그들이 하는 일을 따라 해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날 고양시킨다. 여러가지로 진로에 관해 꽤 고민했다. 그 중에 가장 큰 화두는 과연 연구를 제대로 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할까? 그리고 내가 어디까지 해낼 수 있는가였다. 그래도 나는 최고가 못 돼도 기본은 하고 싶었다. 연구하기에는 여건이 서울대, 카이스트, 포항공대 이런 상위권 대학들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고등학생 때 카이스트를 원했지만 가보지 못했던 아쉬움도 있었다. 이런 이유로 카이스트를 지원하게 됐다.
시작이 길었다. 이제부터는 면접 문제에 관해 얘기할려고 한다. 이걸 남기는 이유는 나 또한 여러 사람들의 후기를 통해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다. 살아가면서 내 진로에 관해 진지하게 준비해본 적이 처음이다. 정보를 얻어 내기 위해 이곳저곳 부딛혀 봤다.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분명히 나와 같은 문제를 겪는 친구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친구들에게 작은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카이스트 물리학과 대학원 심사는 크게 서류 전형과 면접, 두 가지로 이루어진다. 서류 통과 발표가 나고 그 다음주에 바로 면접을 본다. 면접은 크게 전공 지식 및 인성에 대해 평가한다. 이때 면접관들은 내가 제출했던 원서, 자기소개서 및 면학계획서를 가지고 있다. 사실 인성에 대한 부분은 그리 크지 않은 것 같다. 면접 중간에 간간히 대학원 진학해서 무엇을 하고 싶냐 이런 걸 물어보긴 하는데 전공 문제 푸는 것보다 깊게 다루진 않았다. 면접 이후에 바로 정해진 날짜에 합격 여부 발표가 난다. 이와 관련한 정보는 카이스트 대학원 홈페이지에 자세히 기술돼 있으니 해당 사이트를 참고하면 된다.
면접 시간은 조별로 다르다. 서류 통과 이후에 면접 시간이 공지된다. 내 면접 시간은 수요일 09:10이었다. 그때 바로 시작하지 않고 20~30분 정도 대기한다. 한 조에 4명이 있고 면접실은 총 4방이다. 고전역학, 방 별로 전자기학, 양자역학, 열 및 통계 역학에 대한 지식을 평가한다. 그래서 각 방에 한 명씩 들어가서 면접보고 회전하는 식이다. 각 방 별로 15분 동안 면접이 진행되고 그 이전에 40분 정도 문제 풀 시간을 준다. 이후에 각 방 앞에서 대기할 때 문제를 더 들여다 볼 수 있다. 문제는 총 4대역학 별로 총 4문제가 나온다. 그에 대해 소문제들이 달려 있는 식이다. 면접 때는 방에 들어가면 칠판이 있고 문제 풀이를 교수님께 설명하는 방식이다. 면접에 들어갔을 때 각 방 별로 교수님은 2분씩 계셨다. 개인적으로 랩실 검색해봤던 교수님들도 계셔서 놀랐었다. 풀었던 문제들을 복기해보면 아래와 같다.
-고전역학
m1, m2 입자가 존재할 때, 이에 대한 potential energy가 U(r) = ln( r^2/ (a^2 + r^2) )로 주어졌다. 여기서 r은 m1과 m2 사이의 거리이다.
1) 해당 시스템이 r에 대해서, circular motion이 존재하는지를 보여라. 존재한다면 angular momentum이 얼마일 때인가?
2) 그러한 다음과 같은 r값이 주어졌을 때, 그 상태가 stable한지 unstable한지 보여라.
-effective potential이 무엇인가?
-stable하다는 것이 curvature와 무슨 관련이 있는가?
-전자기학
Maxwell equation 이 주어졌다.
1) 거기에서 Maxwell correction term이 누락되어 있는데 그것 찾아 채우는 문제였다.
2) identity for vector calculation(문제에서 주어짐)을 이용해 Maxell equation에서 E field에 대한 wave equation을 유도해라.
3) wave의 속력을 구하라
4) E = sin(kx - wt)가 wave equation의 solution임을 보여라.
-Maxwell correction term을 continuity equation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
-microcope Maxwell equation, macroscope Maxwell equation은 각각 무엇을 의미하는가?
-양자역학
infinite potential well이 주어졌을 때 wavefunction과 energy를 구하는 문제다.
1) wavefunction과 energy를 구하라.
2) p에 대한 uncertainty를 구하라. 그리고 이것이 가지는 의미를 해석해라.
-x에 대한 uncertainty에 대한 직관적으로 아는 방법은 무엇인가?
-해당 값은 p에 대한 값에 곱하면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를 만족하는가?
-열 및 통계역학
particles in a box인 경우에, L이 주어져 있는 상황이다.
1) 2D일 때 DOS를 구하여라. D(E)
2) fermion이고 절대 0도에서 N과 DOS의 관계에 대한 수식을 적어라.(2D일 때)
3) boson일 때, Bose-Einstein condensation이 3D에서는 일어나지만 2D에서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문제는 위에 적은 것보다 ill-defined되서 나온다. 예를 들어 열통계에서는 particle in a box라고 안 하고 그냥 free particle이라 제시하고 풀라고 했다. 그래서 헷갈릴 수 있는데, 기존에 많이 풀어봤던 걸 적용해도 무방하다. 보통 물리적으로 익숙한 개념을 낸다. 그리고 면접 중간에 교수님들께서 힌트를 많이 주신다. 사실 그걸 따라가서 풀어도 괜찮다고 한다. 들은 얘기로는 모든 문제를 하나도 못 풀어도 힌트를 따라가며 끝까지 풀면 합격이란 얘기도 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이 중에 절반만 이상만 풀어도 합격이라고 한다. 물론 난이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말이다. 이번 시험은 쉬운 편이라 고전역학 빼고 대부분 쉽게 풀었다. 그러고 나니 교수님들께서 중간에 advanced한 질문을 던지신다. 그에 대한 것도 아래 달아 놓았다.